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생애 초기 3년, 즉 0세부터 36개월까지가 뇌 발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이 시기에 형성되는 애착의 질과 유형은 아이의 정서 안정, 조절 능력, 공감 능력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으로 맞벌이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과연 일하는 부모도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애착 형성 시기의 중요성과 뇌 발달의 비밀
생애 초기 0세부터 36개월은 두 개의 핵심 시기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18개월까지의 전기로, 기본적인 자기 조절과 관련된 수면, 배설 같은 기본 틀이 만들어지며 양육자와의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김붕년 교수는 이때 엄마, 즉 주 양육자와의 유일하고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지며, 이 애착의 질(Quality of attachment)이 이후 발달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세상을 보는 이 시기에 세상이 위협적인지 따뜻한지를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면 세상을 긍정적이고 따뜻한 곳으로 바라보지만, 불안정한 애착이 만들어질 경우 세상을 두렵고 피해야 할 환경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바로 이를 의미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저장된 애착의 유형과 세상에 대한 태도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시기인 18개월부터 36개월까지는 기본적인 조절 기능이 완성되어 가는 후기입니다. 이때는 운동 능력이 급격히 발달하여 12개월부터 걷기 시작하고 15개월에는 뛰기까지 합니다. 또한 언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여 12개월에 '엄마'라는 첫 단어를 시작으로 24개월에는 100개 이상, 36개월에는 500개 이상의 단어를 완벽한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언어 발달은 엄마와의 지속적인 음성적 교류, 표정의 교류, 즉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이 반복되면서 이루어집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핵심이 되는 애착, 정서 조절,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사회적 뇌는 전체 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특히 15개월에서 18개월부터 나타나는 합동 주시(joint attention)는 마음 이론의 초기 단계로, 아이가 눈빛과 표정만으로 양육자와 욕구를 교환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시지각 능력, 안구 운동 능력, 정서적 뇌의 연결망이 통합되어 만들어지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또한 12개월부터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인식하고(emotional recognition),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정서 처리 과정(emotional processing)이 발달합니다.
이 시기의 뇌는 가장 플라스틱 한 상태, 즉 가소성이 극대화된 상태입니다. 유전적 요소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네트워크가 완성되는데, 좋은 환경적 지지가 유전적 특성의 강점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secure base, 즉 안정 기지로서의 엄마의 역할이 내면화될수록 아이의 활동 범위는 넓어지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외부 활동에 자신 있게 참여하게 됩니다.
정서 조절과 양육자의 실천 전략
김붕년 교수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기 위한 양육자의 구체적 역할을 제시합니다. 첫째, 돌 때까지는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배가 고프면 바로 먹이고, 졸려하면 안아서 재우며, 울면 얼러주는 일관된 반응이 필수입니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아버지를 포함한 팀 케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12개월까지는 충분한 양육 휴가와 주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둘째, 스킨십의 중요성입니다. 뇌는 외배엽 기원으로 피부와 같은 뿌리를 가지므로, 어린 시절 피부 접촉이 뇌 자극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따뜻하게 품어주고, 부드럽게 쓰다듬고, 마사지하며, 안심할 수 있는 톤으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모든 과정에서 스킨십은 핵심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킨십을 잘하는 부모가 정서적 유대를 더 빨리 맺습니다.
셋째, 양육자의 자신감입니다. 김붕년 교수는 이것이 애착 형성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10개월 동안 아이를 키운 엄마는 아이의 모든 변화, 수면 상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신감을 가질 때 아이도 안정감을 느낍니다. 물론 관계가 힘들거나 아이의 변화가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양육자가 캡틴 역할을 자신 있게 할 때 아이의 안정감도 따라옵니다.
우리나라는 12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 많아 애착 경험을 부분적으로 어린이집이 대신하게 됩니다. 이는 양면성을 가지는데, 1대1 강렬한 애착이 형성되기 전 다양한 접촉면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도 있지만, 충분한 애착 형성 전에 분리된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좋은 관계가 엄마의 애착을 대신하거나 강화하는 기능을 갖도록 질 높은 보육 환경이 중요합니다.
맞벌이 가정의 현실적 양육 솔루션
사용자의 비평이 지적하듯, 생애 초기 3년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치솟는 주거비와 양육비로 외벌이는 거의 불가능하며,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급여가 실제 소득을 충분히 대체하지 못합니다. 경력 단절의 두려움도 큽니다.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입니다.
"맞벌이 = 나쁜 부모"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번아웃 상태로 하루 종일 있는 것보다, 일을 하며 행복을 찾고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교감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맞벌이 자녀와 전업맘 자녀의 발달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아이는 완벽한 환경보다 안정적이고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환경에서 잘 자랍니다.
맞벌이 부모를 위한 실천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근 전 15분이라도 아침을 먹으며 눈을 맞추고 대화하세요. 퇴근 후에는 스마트폰을 치워두고 1~2시간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세요. 자기 전 책 읽기나 스킨십 같은 일관된 루틴을 만드세요. 주말에는 과하게 자극적인 활동보다 느긋하게 놀아주고 산책하며 일상을 함께 하세요.
어린이집이나 육아도우미 선택 시에는 교사 한 명당 아이 수가 적고, 따뜻하고 일관된 반응을 보이며, 양육자가 자주 바뀌지 않는 곳을 찾으세요.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다면 양육 방식에 대해 미리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착 형성을 위해서는 일관성이 핵심입니다. 아이가 우는 이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출퇴근 시 작별과 재회의 의식을 만들어보세요. 퇴근 후 충분히 안아주고 함께 목욕하며 스킨십을 강화하세요.
발달 자극은 굳이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저녁 준비하며 말을 걸어주거나 빨래 개며 색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의 정신 건강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지 말고 "충분히 좋은 부모(good enough parent)"를 목표로 하세요.
사회적 차원에서는 질 높은 공공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한 문화 조성,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육아휴직 분할 사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세요. 김붕년 교수 역시 사회적 지지망, 양육과 교육 서비스의 질적 관리가 연결되어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생애 초기 3년은 애착, 정서 조절, 공감 능력이라는 사회적 뇌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결정적 시기입니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있는 것보다 짧더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더 좋습니다. 핵심은 시간의 질, 일관성, 그리고 부모 자신의 안정입니다. 그 속에서도 여러분은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K0okyRy29Zc